운동을 꾸준히 하기 시작하면 묘한 안도감이 생긴다.
오늘 러닝을 했고, 어제는 헬스를 했다. 일주일 운동 횟수도 어느 정도 채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꽤 활동적인 편이지.”
나도 운동을 기준으로만 보면 그렇게 생각하기 쉬웠다.
그런데 하루 전체를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의자에 앉는다. 컴퓨터를 보고, 점심을 먹고 다시 앉는다. 오후에도 거의 비슷하다. 차를 타고 퇴근한 뒤 헬스장이나 러닝에서 한 시간 정도 열심히 움직인다.
그리고 다시 집에 와서 앉는다.
운동한 1시간만 떼어놓으면 상당히 활동적인 사람인데, 나머지 시간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루에 1시간 운동한다고 나머지 8~10시간 앉아 있는 것이 전부 없던 일이 되는 걸까?
이게 궁금해서 관련 논문들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운동 부족과 오래 앉아 있는 건 사실 같은 말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도 ‘좌식생활’이라는 말을 그냥 운동 부족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운동 연구에서는 둘을 구분한다.
Physical inactivity는 권장되는 운동량을 채우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고, sedentary behaviour는 깨어 있는 동안 앉거나 누워서 아주 적은 에너지만 사용하는 행동을 뜻한다.
그래서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도 가능하다.
주 4회 운동하면서 WHO의 주당 운동 권장량을 충분히 채우지만 회사에서는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사람이다.
운동은 충분히 하지만 동시에 좌식시간도 긴 사람.
직장인이라면 오히려 꽤 흔한 모습 아닐까 싶었다.
WHO도 성인에게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권하는 것과 별개로 앉아 있는 시간을 제한하고, 가능하면 그 시간을 가벼운 활동이라도 움직이는 시간으로 바꾸라고 권고하고 있다.
최근 9만 명 연구를 보다가 조금 신경 쓰이는 숫자를 발견했다
2025년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실린 연구가 눈에 들어왔다.
UK Biobank 참가자 89,530명의 움직임을 가속도계로 측정한 연구다.
참가자들의 하루 좌식시간 중앙값은 약 9.4시간이었다.
그 자체도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직장에서 8시간을 보내고 이동시간과 집에서 앉아 있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9시간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하루 좌식시간이 가장 긴 그룹, 구체적으로 10.6시간을 넘는 그룹에서 심부전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더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 비교 항목 | 연구에서 관찰된 경향 |
|---|---|
| 심부전 | 좌식시간이 가장 긴 그룹에서 위험 증가와 연관 |
| 심혈관질환 사망 | 좌식시간이 가장 긴 그룹에서 위험 증가와 연관 |
| 심방세동·심근경색 | 좌식시간 증가와 비교적 완만한 위험 증가 연관 |
여기까지 보면 조금 무섭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
주당 150분 이상의 중·고강도 운동을 하는 사람에서도 심부전과 심혈관질환 사망에 관한 좌식시간의 연관성이 일부 남아 있었다.
이 결과만 읽으면 정말 “헬스 한 시간 해봤자 소용없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연구에서는 운동이 상당 부분 상쇄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2024년 연구에서는 UK Biobank 성인 73,729명을 분석했다.
여기서는 신체활동의 강도에 따라 좌식시간과 사망 위험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봤다.
결과가 재미있었다.
하루 약 30분의 중·고강도 신체활동이나 약 64분의 중강도 활동, 혹은 더 긴 시간의 가벼운 활동이 많은 좌식시간과 사망 위험 사이의 불리한 연관성을 상당 부분 약화시키는 방향을 보였다.
2023년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연구도 비슷했다.
가속도계로 측정한 네 개의 코호트, 약 1만2천 명의 데이터를 합쳤는데 하루 좌식시간이 12시간을 넘었을 때 사망위험 증가가 뚜렷하게 관찰된 것은 하루 중·고강도 운동이 22분 미만인 사람들이었다.
운동량이 더 많은 사람에서는 그 연관성이 크게 약해졌다.
이쯤에서 나는 오히려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앉아 있는 것은 나쁘다”와 “운동을 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전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Sitting is the new smoking’이라는 말도 나는 좀 불편하다
건강 콘텐츠를 보면 가끔 이런 표현이 나온다.
“Sitting is the new smoking.”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식이다.
처음 들으면 기억에는 아주 잘 남는다.
그런데 논문들을 보고 나니 나는 이런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됐다.
좌식시간과 여러 건강위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신체활동량에 따라 그 위험이 크게 달라지고, 충분한 중·고강도 운동이 위험을 상당 부분 완화한다는 연구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흡연과는 구조가 다르다.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에게 “앉아 있는 건 담배 피우는 것과 같다”고 겁을 주는 것보다 하루 전체에서 움직일 기회를 어떻게 조금씩 늘릴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본다.
그럼 회사에서 30분마다 일어나야 할까?
여기서 다음 궁금증이 생겼다.
오래 앉는 것이 문제라면 얼마나 자주 일어나야 할까?
2024년 발표된 무작위 교차시험 메타분석에서는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끊는 방식과 덜 자주 끊는 방식을 비교했다.
13개 연구를 종합했을 때 더 자주 좌식시간을 끊는 쪽에서 식후 혈당 조절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대략 30분마다 좌식시간을 끊는 방법이 혈당 관리 측면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조심해서 봐야 한다.
전체 참가자가 많지 않았고 근거 수준도 낮았으며, 인슐린·중성지방·혈압 등의 모든 지표가 일관되게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 같으면 “30분 01초가 되는 순간 건강에 나빠진다”는 새로운 규칙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2026년 메타분석에서는 걷기 휴식이 꽤 재미있었다
조금 더 최근 연구도 있었다.
2026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장시간 계속 앉아 있는 것과 중간중간 짧게 움직이는 것을 비교했다.
총 53개 연구가 검토됐고 39개 연구가 메타분석에 포함됐다.
결과를 보면 활동 휴식을 넣었을 때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이 모두 개선되는 방향을 보였다.
특히 여러 활동 방식 가운데 짧게 걷는 휴식의 효과가 비교적 뚜렷했다.
또 15~20분 간격으로 자주 움직인 연구에서 혈당과 인슐린 결과가 가장 크게 개선되는 경향도 있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15분마다 알람을 울리고 복도를 돌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연구는 주로 몇 시간 동안 통제된 환경에서 식후 혈당 같은 급성 반응을 보는 실험이다.
20년 동안 그렇게 움직인 사람이 실제로 심근경색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증명한 연구와는 다르다.
이 구분이 꽤 중요하다.
회사원의 현실에서는 완벽한 루틴보다 ‘움직일 핑계’를 만드는 게 나아 보였다
논문을 읽고 나서도 사실 회사생활은 그대로다.
일하다가 몰입하면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3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너무 신경 쓰면 그것 역시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훨씬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화장실 갈 때 조금 걷는다.
물을 한 번에 많이 받아놓지 않고 중간에 가지러 간다.
점심 먹고 바로 의자에 앉기보다 5~10분이라도 걷는다.
전화할 일이 있다면 가능한 상황에서는 서서 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라면 가끔 이용한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는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중요한 것 같았다.
헬스와 러닝은 ‘운동 시간’이고, 이런 움직임은 나머지 하루의 생활방식이다.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컴퓨터 알림 하나만으로도 하루 천 보 정도가 늘었다
2025년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도 꽤 현실적이었다.
18개 무작위시험, 총 1,164명의 사무직 근로자를 분석한 연구인데 컴퓨터에 팝업을 띄워 중간중간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객관적으로 활동을 측정한 결과 하루 업무시간 중 앉아 있는 시간이 평균 약 12.5분 감소했고, 하루 걸음 수는 약 1,030보 증가했다.
솔직히 처음 숫자를 봤을 때는 생각보다 작아 보였다.
12분 덜 앉는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질까 싶었다.
게다가 근골격계나 심혈관대사 지표가 모두 통계적으로 확실하게 좋아진 것도 아니었고, 근거 수준도 낮거나 중간 정도였다.
그런데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니 이야기가 달랐다.
하루 1,000보면 일주일 근무일 기준으로 대략 5,000보다.
억지로 운동시간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 회사에 있는 시간에 조금 더 움직인 결과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한편으로는 숫자에 너무 집착하고 싶지도 않다
여기까지 읽으면 하루 앉아 있는 시간을 스마트워치로 재고 30분마다 움직이고 걸음 수도 반드시 채워야 할 것 같다.
나는 그런 식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운동에는 이상하게 숫자가 계속 붙는다.
하루 1만 보, 주 150분, Zone 2 몇 분, 단백질 몇 g, 수면 몇 시간.
숫자는 기준을 잡는 데 굉장히 편하지만 어느 순간 기준을 지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좌식시간 연구는 대부분 관찰연구라서 “하루 10.6시간까지는 안전하고 10.7시간부터 위험하다”고 읽으면 안 된다.
JACC 연구의 10.6시간 역시 그 집단에서 위험곡선이 두드러지게 변한 지점이지 인간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건강 마지노선이 아니다.
나이가 평균 60대 전후인 UK Biobank 연구가 많다는 점도 30대 직장인이 그대로 받아들일 때는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운동하는 직장인이라면 한 가지는 기억해도 될 것 같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기 전에는 하루 한 번 제대로 운동하면 그날 건강관리는 어느 정도 끝났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퇴근하고 10km를 뛰었다고 해서 회사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던 사실을 일부러 무시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회사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고 해서 그날 러닝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둘 다 중요하지만 역할이 조금 다르다.
논문을 보면 중·고강도 운동이 충분한 사람에게서는 긴 좌식시간과 사망위험의 관계가 상당 부분 약해진다. 그러니까 운동은 여전히 정말 중요하다.
그와 동시에 하루 대부분을 앉아 보내는 직장인이라면 운동시간 밖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습관도 챙길 이유가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정도가 현재 근거를 가장 과장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방법 같다.
그래서 요즘 나한테 더 중요한 질문은 “오늘 운동했나?” 하나가 아니라 “오늘 하루 전체에서 얼마나 움직였나?”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한 시간의 운동에는 진심이면서 나머지 아홉 시간에는 무심할 수 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헬스와 러닝을 더 추가하기 전에, 가끔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챙겨보는 게 생각보다 괜찮은 루틴일지도 모르겠다.
참고한 주요 논문과 가이드라인
Accelerometer-Measured Sedentary Behavior and Risk of Future Cardiovascular Disease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2025
DOI: 10.1016/j.jacc.2024.10.065
Device-measured sedentary time and intensity-specific physical activity in relation to all-cause and cardiovascular disease mortality: the UK Biobank cohort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 2024
DOI: 10.1186/s12966-024-01615-5
Device-measured physical activity, sedentary time, and risk of all-cause mortality: an individual participant data analysis of four prospective cohort studie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3
DOI: 10.1136/bjsports-2022-106568
The effect of computer prompt in breaks of sedentary behaviour among office worker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 2025
DOI: 10.1186/s12966-025-01781-0
Optimal Frequency of Interrupting Prolonged Sitting for Cardiometabolic Health: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rossover Trials
2024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World Health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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