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시작하면 비교할 숫자가 정말 많아진다.
누군가는 5km를 30분 안에 뛰고, 누군가는 10km를 50분 안에 들어온다. 하프마라톤 서브2 기록도 생각보다 자주 보인다.
처음에는 이런 기록을 보는 게 재미있다.
"나도 조금 더 연습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지."
좋은 자극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이상해질 때가 있다.
원래는 건강 때문에 달리기 시작했는데 남의 기록을 보고 나면 내 7분 페이스가 갑자기 너무 느린 것처럼 느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만족했던 5km 기록이 누군가의 기록을 본 순간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러닝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남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섞였다.
나는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게 초보 러닝에서 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닝 앱을 보면 내 기록보다 남의 기록이 더 눈에 들어온다
요즘 러닝은 혼자 하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사회적인 운동이 됐다.
러닝 앱에 운동 기록을 올리고 서로 좋아요를 누른다.
러닝 크루에 가입하고 단체 러닝을 한다.
SNS에는 대회 메달과 기록 인증이 올라온다.
이런 문화 자체를 나쁘게 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러닝을 계속하는 데 꽤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trava가 발표한 2025 Year in Sport 자료를 보면 이런 흐름이 꽤 분명하다.
2025년 러닝 클럽은 전년 대비 크게 성장했고, 클럽이 주최하는 오프라인 이벤트도 증가했다. 운동을 혼자 기록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과 연결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나 역시 다른 사람 기록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어떤 훈련을 했는지 보고, 어느 정도 페이스로 달렸는지 보는 것도 참고가 된다.
문제는 참고가 기준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나는 원래 내 페이스가 괜찮았는데 남의 기록을 본 뒤 느려졌다
조금 이상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 느낌은 그렇다.
내 러닝 기록 자체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늘 5km를 평균 6분 30초 페이스로 뛰었다고 하자.
운동이 끝났을 때는 꽤 만족스러웠다.
숨도 적당했고 몸도 괜찮았다.
그런데 앱을 열었더니 아는 사람이 같은 날 5km를 5분 페이스로 뛰었다.
그 순간 내 기록이 갑자기 느리게 보인다.
웃긴 건 내 몸에는 아무 변화도 없다는 것이다.
몇 분 전까지 만족했던 운동인데 숫자 하나를 본 뒤 평가가 달라진다.
나는 이게 러닝 초보자에게 생각보다 흔한 함정일 수 있다고 본다.
사회적 비교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도 너무 단순하다.
운동에서 비교는 분명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2024년에 발표된 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는 순위표와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비교 중심 모바일 건강 앱이 신체활동과 웰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또 2025년과 2026년에 발표된 피트니스 앱 관련 연구들을 보면 사회적 비교가 운동 참여나 동기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결과가 계속 나온다.
즉 누군가의 기록을 보는 행동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 사람도 했으니 나도 해보자"라는 자극이 될 수 있다.
나도 하프마라톤 기록을 목표로 잡을 때 다른 러너들의 기록이나 훈련 내용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극을 받는 것과 내 운동의 가치를 남의 기록으로 결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첫 하프 기록도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나도 첫 하프마라톤에서는 21km 정도를 2시간 14분 정도에 달렸다.
나에게는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처음으로 그 거리를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꽤 큰 경험이었다.
이후 훈련하면서 기록이 좋아졌고 결국 서브2도 경험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분명 발전이다.
그런데 비교를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프 서브2를 달성하면 이번에는 1시간 50분 기록이 보인다.
1시간 50분을 뛰는 사람을 보면 1시간 40분대가 보인다.
그 위에는 또 더 빠른 사람이 있다.
끝이 없다.
이걸 보면서 기록을 목표로 삼는 것과 기록으로 내 러닝을 평가하는 것은 조금 다르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보 러너에게 7분 페이스는 느린 페이스일까
이런 질문을 인터넷에서 정말 자주 볼 수 있다.
"7분 페이스면 너무 느린가요?"
"초보인데 8분 페이스로 뛰어도 되나요?"
나는 이제 이 질문 자체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다.
무엇과 비교해서 느린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5분 페이스로 달리는 사람과 비교하면 느리다.
하지만 러닝을 처음 시작한 자신의 지난달 기록과 비교하면 빠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 속도가 지금 몸에 맞는 강도인지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7분 페이스로 30분 동안 비교적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다른 사람 기록을 보고 6분으로 올렸더니 10분 만에 숨이 너무 차고 러닝 자체가 힘들어졌다.
숫자는 빨라졌지만 그게 반드시 더 좋은 훈련일까.
나는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존2 러닝을 관심 있게 보면서 비교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요즘 나는 존2 러닝처럼 편안한 강도로 달리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그런데 존2 러닝을 하다 보면 페이스가 생각보다 느려질 수 있다.
컨디션이나 날씨에 따라 평소보다 훨씬 느리게 달려야 심박수가 유지될 때도 있다.
이때 다른 사람의 기록과 비교하면 참기 어렵다.
앞에 있는 사람이 지나가면 따라가고 싶다.
러닝 앱에 7분대 페이스가 찍혀 있으면 괜히 조금만 속도를 올리고 싶다.
그런데 그 순간 오늘 훈련 목적이 바뀐다.
원래는 편안한 강도로 달리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날이 된다.
이걸 경험하면서 나는 느린 러닝을 잘하려면 체력보다 자존심을 조절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러닝 크루가 좋은 이유와 조금 부담스러운 이유
최근 러닝 문화에서 빼놓기 어려운 것이 러닝 크루다.
Strava의 2025년 자료에서도 러닝 클럽의 성장이 크게 나타났다.
나는 러닝 크루 문화가 꽤 좋은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혼자 달리면 귀찮아서 안 나갈 날에도 약속이 있으면 나가게 된다.
러닝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코스나 장비, 대회 정보도 자연스럽게 공유한다.
특히 초보자는 혼자 시작할 때보다 훨씬 재미있게 적응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조심하고 싶다.
그룹의 속도가 내 속도가 되는 순간이다.
나는 아직 7분 페이스가 편한데 그룹이 6분 페이스로 뛴다고 계속 따라가면 매번 러닝이 고강도 훈련이 될 수 있다.
사람들과 함께 뛰는 장점은 가져가되 자신의 운동 강도까지 모두 그룹에 맡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교가 운동을 더 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사회적 비교에 관한 연구를 찾아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결과가 항상 한 방향으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 앱의 순위표와 비교 기능이 활동을 자극하거나 동기부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위쪽에 있는 사람과 자신을 계속 비교하는 행동이 불안이나 자존감 같은 측면에서 부정적인 경험과 연결될 가능성을 다룬 연구도 있다.
2024년 피트니스 앱 사용과 웰빙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상향 비교, 즉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과의 비교가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다뤘다.
나는 이게 실제 러닝 경험과도 꽤 비슷하다고 느낀다.
남의 좋은 기록을 보고 운동화를 신게 된다면 좋은 비교다.
그런데 밖에 나가서도 계속 그 사람 페이스를 생각하다가 내 계획보다 무리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비교 대상을 조금 바꿔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비교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나도 앞으로 계속 다른 러너들의 기록을 볼 것 같다.
대회 기록도 궁금하고 훈련 방법도 참고하고 싶다.
대신 최종적인 비교 대상은 과거의 나로 두는 편이 조금 편했다.
지난달에는 5km를 뛰고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거리에서 여유가 조금 남았는지.
예전에는 10km가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긴 러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는지.
같은 페이스에서 심박수나 호흡이 조금 편해졌는지.
이런 변화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
나만 볼 수 있는 발전이다.
월간 러닝 거리도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이상해진다
나도 한동안 월 러닝 거리가 200km 안팎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이 숫자 자체는 꽤 뿌듯했다.
그런데 러닝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보면 월 300km, 400km를 뛰는 사람도 있다.
그 순간 200km도 평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300km를 따라가야 할 이유는 없다.
사람마다 목표가 다르다.
풀코스 기록을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세 번 5km씩 뛰는 사람도 있다.
직업과 생활 패턴도 다르다.
내가 남의 월간 거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내 회복 상태나 근력운동 계획은 완전히 무시될 수 있다.
나는 체지방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근력도 가능하면 유지하거나 늘리고 싶다.
그렇다면 러닝 거리 하나만 최대한 높이는 것이 내 목표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초보 러닝에서는 빨리 뛰는 사람보다 오래 남는 사람이 더 궁금해졌다
러닝을 시작하면 빠른 사람이 눈에 띈다.
대회에서도 그렇고 앱에서도 그렇다.
기록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그런데 요즘 내가 조금 더 궁금한 사람은 따로 있다.
5년, 10년 동안 꾸준히 뛰는 사람이다.
엄청 빠르지 않아도 매년 계속 대회에 나가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꾸준히 운동화를 신는 사람.
나는 점점 이쪽이 더 어려운 능력처럼 느껴진다.
한 번의 5km 기록은 컨디션이 좋은 날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 동안 큰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나 역시 하프 기록을 더 줄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결국 풀코스까지 가려면 후자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의 기록을 덜 보니까 느린 날도 운동이 됐다
다른 사람 기록을 기준으로 보지 않으면 재미있는 변화가 하나 생긴다.
느리게 달린 날도 의미가 생긴다.
예전에는 평균 페이스가 느리면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회복 러닝이나 편안한 존2 러닝이 목표라면 느린 페이스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계획대로 천천히 달렸다면 잘한 훈련이다.
남들과 비교할 때는 이런 기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기록에는 그 사람이 오늘 어떤 목적으로 달렸는지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5분 페이스로 뛰었다는 숫자만 보인다.
그걸 내 7분 페이스와 바로 비교해버리면 애초에 서로 다른 훈련을 비교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기록 공유를 끊을 생각은 없다
나는 러닝 앱이나 기록 공유가 싫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오히려 러닝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대회에 참가한 것을 보고 나도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
러닝 크루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Strava의 최근 자료에서도 실제로 러닝 클럽과 운동을 통한 사회적 연결이 커지고 있다는 흐름이 나타난다.
그래서 문제는 공유 자체가 아니다.
그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자기 페이스가 너무 느리다고 말한다면
친구가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봤다.
"다른 사람은 다 5분, 6분 페이스인데 나는 7분 넘게 걸려."
나는 먼저 얼마나 오래 달렸는지 물어볼 것 같다.
7분 페이스에서 숨은 어떤지.
뛰고 난 뒤 몸은 괜찮은지.
그리고 지난달보다 편해졌는지도 물어볼 것 같다.
그게 괜찮다면 굳이 다른 사람 속도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러닝에서 느리다는 건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지금 7분 페이스가 내게 편한 속도라면 그게 현재 내 러닝 페이스다.
꾸준히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빨라질 수도 있고, 건강이 목표라면 반드시 빨라져야 할 이유조차 없을 수 있다.
요즘은 기록을 보고 부러워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좋은 기록을 보면 지금도 부럽다.
나도 더 빨리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프 기록도 더 좋아지고 싶고 언젠가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내가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욕심까지 없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기록을 보고 바로 오늘 훈련 계획을 바꾸지는 않으려고 한다.
오늘이 천천히 뛰는 날이라면 그냥 천천히 뛴다.
회복이 필요한 날이면 쉰다.
그리고 남의 5km 기록보다 어제의 내 몸 상태를 조금 더 본다.
러닝을 오래 하고 싶다면 남보다 빠른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내 속도를 알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먼저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러닝을 하면 자연스럽게 남과 경쟁하게 될 줄 알았다.
지금은 오히려 내 몸과 협상하는 운동에 조금 더 가깝다고 느낀다.
오늘 얼마나 갈 수 있는지.
어디까지가 적당한지.
언제 속도를 올리고 언제 내려야 하는지.
그걸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러닝 경험인 것 같다.
참고한 자료
Strava - 2025 Year in Sport Trend Report
https://press.strava.com/articles/strava-releases-12th-annual-year-in-sport-trend-report-2025
PubMed - Exercise or lie down? The impact of fitness app use on users' wellbeing
https://pubmed.ncbi.nlm.nih.gov/38269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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