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좋아하면서 헬스도 같이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유산소 너무 많이 하면 근손실 온다.”
나도 처음에는 별 의심 없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헬스에서는 근육을 키우려고 무거운 중량을 들고, 러닝은 계속 에너지를 쓰는 운동이니까 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닝을 많이 하면 힘들게 만든 근육이 빠지고, 하체 운동 다음 날 달리기라도 하면 헬스 효과가 없어지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런데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러닝과 헬스를 같이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목표로 어느 정도까지 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문제에 가까웠다.
러닝과 헬스를 같이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운동생리학에서는 근력운동과 지구력운동을 함께 하는 것을 동시훈련(concurrent training)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기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 하나 있다.
간섭효과(interference effect)다.
간단히 말하면 근력운동과 지구력운동을 동시에 많이 하면 한쪽 운동이 다른 쪽의 적응을 방해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이야기가 크게 알려진 계기 중 하나가 1980년 Robert Hickson의 연구다.
그런데 여기서 꽤 중요한 부분이 있다.
연구 내용을 자세히 보면 근력운동 그룹은 일주일에 5일 운동했고, 지구력운동 그룹은 6일 운동했다. 동시훈련 그룹은 사실상 이 두 프로그램을 같이 수행했다.
평범한 직장인이 퇴근 후 헬스를 몇 번 하고 주말에 러닝하는 정도와는 훈련량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이 부분을 알고 나니까 나는 조금 의문이 생겼다.
엘리트 선수에 가까운 훈련량에서 나타난 현상을 일반인이 “러닝하면 근손실”이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최근 연구를 보니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2026년 Sports Medicine에 발표된 umbrella review가 꽤 흥미로웠다.
Umbrella review라는 것은 연구 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메타분석을 다시 모아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17개 메타분석, 144개 개별 연구, 건강한 참가자 1,492명의 결과를 종합했다.
결과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 비교 항목 | 최근 연구에서 본 경향 |
|---|---|
| 심폐지구력 | 헬스+유산소 병행 시 분명한 향상 |
| 근력 | 저항운동만 한 경우와 전체적으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음 |
| 근비대 | 전체적으로 뚜렷한 불이익이 확인되지 않음 |
| 파워 | 대체로 비슷하지만 조건에 따라 간섭 가능성 존재 |
그러니까 흔히 듣는 것처럼 “러닝을 하면 근육을 키울 수 없다”고 말하기에는 현재 연구 결과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일반적인 건강과 체력을 목표로 한다면 근력과 심폐체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고 간섭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이야기도 아니다
여기서 반대로 너무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조금 애매하다.
2023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59개 연구, 1,346명을 분석했는데 남성의 경우 동시훈련을 했을 때 하체 근력 발달에서 작은 수준의 간섭효과가 관찰됐다.
반면 상체 근력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이 부분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예를 들어 무거운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계속하면서 러닝 거리까지 크게 늘리면 다리가 회복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이건 꼭 복잡한 생리학을 몰라도 느낌이 온다.
하체 운동을 죽도록 한 다음 바로 인터벌 러닝을 하고, 다음 날 다시 장거리를 뛰면서 최고의 하체 근력 향상까지 기대한다면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러닝을 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두 운동의 피로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AMPK와 mTOR 이야기도 찾아봤는데 조금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었다
동시훈련을 검색하다 보면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표적으로 AMPK와 mTOR라는 신호전달 경로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지구력운동은 에너지 대사와 미토콘드리아 적응에 관련된 신호를 많이 만들고, 근력운동은 근육 단백질 합성과 성장에 관련된 신호를 강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이 두 신호가 서로 충돌하면서 근육 성장을 막는다는 설명이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이론만 보면 상당히 그럴듯하다.
그런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제 연구에서는 이런 분자 수준의 현상이 그대로 장기간의 근손실로 연결된다고 단순하게 증명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부분도 운동 정보를 볼 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안에서 어떤 신호가 증가했다는 것과 몇 달 뒤 실제 근육량이나 근력이 얼마나 달라졌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운동 관련 콘텐츠를 보다 보면 이런 생리학 용어 하나를 가져와서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경우가 꽤 있다. 전문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실제 사람의 몸은 그보다 복잡하다.
내가 더 신경 쓰게 된 건 오히려 운동 순서와 회복이었다
그럼 헬스와 러닝을 같이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관련 연구들을 보면 완벽한 정답 하나가 있는 건 아니다.
특히 2026년 umbrella review에서는 운동 순서에 따른 전체적인 차이가 통계적으로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근력 향상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면 근력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를 뒤에 배치하는 쪽이 실용적으로는 조금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리고 하체 근력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두 운동을 같은 세션에 몰아넣기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는 방법도 있다.
이전 메타분석에서는 훈련 경험이 많은 사람의 경우 근력과 지구력운동을 같은 세션에서 수행했을 때 하체 최대근력 향상이 조금 둔화됐지만, 운동 사이에 2시간 이상 간격을 둔 연구에서는 그런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또 “반드시 3시간을 띄워야 한다” 같은 새로운 법칙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직장인이 하루에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인데 헬스 40분 하고 러닝 20분 하는 것이 현실적인 사람도 있다.
그 사람에게 논문을 들이밀면서 오전에 헬스하고 저녁에 다시 뛰라고 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
오히려 러닝보다 이것 때문에 근육이 안 느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자료를 보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러닝을 시작하면 운동량 자체가 늘어난다.
당연히 에너지 소비도 증가한다.
그런데 먹는 양과 회복은 그대로라면 몸은 계속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에너지 부족 상태에서 저항운동을 한 연구들을 모은 메타분석에서는 장기간의 에너지 적자가 제지방량 증가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결과도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러닝을 병행한 뒤 몸이 작아졌다고 해서 그것을 전부 ‘유산소의 간섭효과’라고 해석하는 것도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러닝 자체보다 전체 운동량이 늘었는데 식사, 수면, 휴식이 따라오지 못한 것이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직장인 루틴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나는 운동을 선수처럼 한 종목에 몰아서 하기보다는 러닝도 오래 하고 싶고, 근력운동도 계속 가져가고 싶다.
그래서 논문을 찾아본 뒤에는 오히려 기준이 조금 단순해졌다.
러닝을 끊어서 근육을 최대한 키우느냐, 헬스를 줄여서 러닝 기록만 노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둘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을 찾는 것.
예를 들어 하체를 강하게 운동한 날에는 기록을 노리는 러닝보다 가볍게 뛰고, 장거리나 인터벌을 강하게 한 다음 날이라면 무거운 하체 운동을 조금 피하는 식이다.
반대로 상체 운동을 한 날 가벼운 러닝까지 굳이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어떤 기간에 목표가 생겼다면 우선순위를 조금 바꾸면 된다.
러닝 대회를 준비하는 몇 주라면 러닝의 질을 먼저 챙기고, 근력 향상에 집중하는 기간이라면 무거운 하체 웨이트를 먼저 챙기는 식이다.
나는 ‘러닝하면 근손실’이라는 말을 이제 조금 다르게 본다
처음에는 나도 헬스와 러닝이 서로 경쟁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구들을 보다 보니 둘을 같이 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운동량, 강도, 회복, 훈련 경험, 그리고 내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훨씬 중요했다.
물론 보디빌딩처럼 근육량을 극한까지 키우거나 파워리프팅처럼 최대근력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작은 간섭효과도 신경 쓸 만하다.
하지만 평일에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건강도 챙기고, 러닝도 즐기고, 적당한 근육과 힘도 갖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정도 목적이라면 나는 오히려 “러닝 때문에 근손실이 올까?”를 지나치게 걱정해서 한쪽 운동을 포기하는 것이 더 아깝다고 본다.
다만 욕심을 내서 헬스도 매번 최고 강도로 하고 러닝 거리와 속도도 계속 올리면서 회복까지 무시한다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달라진다.
결국 내가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바뀐 생각은 이것이다.
헬스와 러닝은 생각보다 사이가 나쁘지 않다. 문제는 둘 사이가 아니라 내가 둘 다 너무 잘하려고 욕심을 부릴 때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
참고한 논문
Maximizing Adaptations in Concurrent Training: An Umbrella Review of Meta-analyses
Sports Medicine, 2026
https://pubmed.ncbi.nlm.nih.gov/41762427/
Concurrent Strength and Endurance Training: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n the Impact of Sex and Training Status
Sports Medicine, 2024
https://pubmed.ncbi.nlm.nih.gov/37847373/
Development of Maximal Dynamic Strength During Concurrent Resistance and Endurance Training in Untrained, Moderately Trained, and Trained Individuals
Sports Medicine, 2021
https://pubmed.ncbi.nlm.nih.gov/3375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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