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닝 페이스를 찾아보다 너무 빨리 뛰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러닝을 시작하면 이상하게 가장 먼저 신경 쓰이는 숫자가 있다.

거리도 있지만 나는 결국 1km 페이스를 보게 됐다.

6분대면 괜찮은 건가. 7분대로 뛰면 너무 느린 건가. 다른 사람 러닝 기록을 보면 5분대도 흔하게 보이고, 조금 잘 뛰는 사람들은 4분대 페이스도 찍는다.

그러다 보면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나도 적어도 이 정도 속도로는 뛰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러닝을 계속하면서 기록을 꽤 많이 보게 됐다. 첫 하프마라톤에서는 21.06km를 2시간 14분 3초에 완주했고 평균 페이스는 6분 21초였다. 당시 평균 심박수는 167이었다.

이후 러닝을 꾸준히 하면서 월 마일리지가 200km 정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고, 결국 하프마라톤 서브2도 달성했다. 그때 평균 페이스는 5분 34초 정도였고 평균 심박수는 175였다.

숫자만 보면 꽤 빨라졌다.

그런데 오히려 그 과정을 지나오면서 요즘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정반대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뛰느냐보다 어떻게 하면 천천히 잘 뛸 수 있느냐.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러닝 초보 페이스를 검색하면 오히려 더 헷갈린다

처음에는 나도 초보자에게 적당한 러닝 페이스라는 숫자가 따로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러닝 초보 페이스를 찾아보면 1km당 몇 분이라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6분대가 적당하다거나, 7분 페이스로 시작하라는 식이다.

물론 대략적인 참고는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숫자가 내 몸에 맞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같은 7분 페이스로 뛰어도 누군가에게는 산책처럼 편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몇 분 만에 숨이 턱까지 찰 수 있다.

나이도 다르고 체중도 다르고 운동 경험도 다르다. 평소 축구나 자전거를 많이 타던 사람과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사람이 처음부터 같은 속도로 뛰는 것도 이상하다.

미국 CDC의 운동강도 자료를 봐도 운동 강도는 단순히 속도 하나로 판단하지 않는다.

개인의 체력 수준에 따라 같은 활동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고, 중강도 운동은 일반적으로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하기는 어려운 정도, 고강도 운동은 숨을 쉬기 위해 중간중간 멈추지 않으면 몇 마디 이상 말하기 어려운 정도로 설명한다.

이걸 러닝에 대입해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초보 러너에게 중요한 질문은 "몇 분 페이스로 뛰어야 하지?"가 아니라 어쩌면 "지금 이 속도를 얼마나 편하게 유지할 수 있지?"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나도 기록을 볼수록 빨리 뛰어야 늘고 있다고 생각했다

러닝 앱의 장점은 운동 결과가 정말 잘 보인다는 것이다.

거리, 시간, 평균 페이스, 심박수, 케이던스가 전부 숫자로 남는다.

문제는 숫자가 보이면 비교도 시작된다는 점이다.

지난주에 6분 20초였는데 오늘 6분 10초면 괜히 기분이 좋다. 반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6분 40초가 나오면 운동을 못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 역시 첫 하프를 평균 6분 21초로 뛰었고 이후 5분 34초 페이스까지 기록이 좋아졌다.

당연히 기록이 좋아지는 재미가 있었다.

러닝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기 중 하나가 기록이라는 것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조금 더 길게 달리려고 하면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모든 러닝을 기록 향상 테스트처럼 할 수는 없다는 것.

오늘 5km를 빨리 뛰고 다음날 또 빨리 뛰고, 주말에 장거리도 빨리 뛰려고 하면 몸이 버티기 쉽지 않다.

특히 하프마라톤을 지나 풀코스까지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2.195km를 달리려면 한 번의 빠른 러닝보다 몇 달 동안 훈련을 끊기지 않고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때부터 내가 러닝을 보는 기준이 조금씩 바뀌었다.

요즘 내가 존2 러닝을 관심 있게 보는 이유

최근 내가 많이 관심을 갖는 것이 존2 러닝이다.

러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런 단어 자체를 신경 쓰지 않았다. 몇 km를 뛰었는지, 평균 페이스가 얼마인지만 보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런데 하프마라톤을 경험하고 앞으로 풀코스까지 생각하다 보니 심박수를 낮춘 상태에서 오래 달리는 훈련이 궁금해졌다.

존2는 사람마다 계산 방법과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특정 심박수 숫자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숫자와 함께 운동할 때 느껴지는 강도를 같이 보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쉬웠다.

숨이 너무 가쁘지 않고 비교적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강도. 누군가 옆에 있다면 짧게 몇 마디만 겨우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느 정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느낌이다.

미국스포츠의학회 ACSM에서도 운동강도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심박수뿐 아니라 대화 가능 여부를 이용하는 'Talk Test'와 스스로 느끼는 운동 강도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내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1km 페이스가 느리면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쉬운 날에 충분히 쉽게 달리는 것도 하나의 훈련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해보면 천천히 뛰는 게 생각만큼 쉽지도 않다.

몸이 조금 풀리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리고 싶어진다. 앞에 러너가 보이면 괜히 따라가고 싶고, 시계를 봤는데 평소보다 페이스가 느리면 나도 모르게 보폭을 크게 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오늘 몇 분 페이스가 나왔지?"보다 "오늘 내가 원했던 강도로 뛰었나?"라는 질문도 같이 보려고 한다.

초보자는 러닝 페이스를 아예 보지 않아도 될까

그렇다고 나는 러닝 초보자가 페이스를 전혀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페이스는 굉장히 재미있는 데이터다.

같은 코스를 같은 정도의 힘으로 뛰었는데 몇 달 뒤 자연스럽게 페이스가 빨라졌다면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회를 준비할 때는 더 중요해진다.

나도 첫 하프마라톤에서 평균 6분 21초를 기록했고 이후 서브2를 하면서 평균 5분 34초까지 올라왔다. 이런 기록을 보면 내가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비교하기 쉽다.

다만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이스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몸 상태에 맞는 페이스를 찾는 것.

특히 러닝 초보자에게는 이 차이가 꽤 크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초보자는 7분 페이스가 좋다는 글을 봤다고 가정해보자.

7분으로 뛰었는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숨이 너무 차고 다리까지 무거워진다면 굳이 그 숫자를 지킬 이유가 없다.

7분 30초로 낮춰도 되고 8분대로 달려도 된다.

그것도 힘들다면 걷기를 섞으면 된다.

NHS의 초보자용 Couch to 5K 프로그램도 처음부터 특정 페이스로 5km를 달리도록 만들지 않는다.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하면서 9주 동안 러닝 시간을 서서히 늘리고, 각 러닝 사이에는 회복을 위한 휴식일도 권장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초보 러닝에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빠른 페이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달리는 행위 자체에 몸을 적응시키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심박수를 보기 시작하면 또 다른 함정이 생긴다

페이스에서 조금 벗어나면 이번에는 심박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도 그랬다.

하프마라톤을 뛰었을 때 기록을 보면 첫 하프의 평균 심박수는 167이었고, 이후 서브2를 달성했을 때는 평균 심박수가 175 정도였다.

대회에서는 평소 조깅과 달리 강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숫자가 나오는 것 자체만 보고 좋다거나 나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요즘 내가 더 궁금해하는 것은 반대쪽이다.

평소 훈련에서는 어떻게 하면 심박수를 낮춘 상태에서도 편하게 달릴 수 있을까.

다만 심박수 역시 페이스와 똑같은 함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존2니까 무조건 145 이하로 뛰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특정 숫자를 절대적인 답처럼 생각하기 시작하면 또 시계에 끌려다니게 된다.

심박수는 나이와 체력뿐 아니라 날씨, 수면, 피로, 카페인, 컨디션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손목형 스마트워치 측정값 역시 완벽한 의료 측정 장비라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러닝 건강 정보를 볼 때 숫자를 무시하지는 않되 몸의 느낌과 같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도 하나의 정보이고 심박수도 하나의 정보다.

어느 하나가 러닝의 정답은 아니다.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과 건강하게 달리고 싶은 마음 사이

사실 기록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다.

첫 하프를 2시간 14분에 완주하고 이후 서브2까지 달성했으니 기록이 좋아지는 재미를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 하프와 풀코스를 계속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체지방은 줄이고 근력은 가능하면 유지하거나 늘리고 싶은 목표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러닝만 무조건 많이 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

예전에 하루 30분 정도 4~5km 러닝을 하면서 푸시업과 스쿼트를 각각 100회씩 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부터 러닝을 좋아하면서도 근손실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도 이 부분은 비슷하다.

러닝을 잘하기 위해 몸을 망가뜨리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반대로 건강만 생각한다며 기록에 대한 재미를 완전히 버리고 싶지도 않다.

아마 내가 찾고 있는 건 그 중간인 것 같다.

빠르게 달리는 날은 제대로 달리고, 쉬운 날은 정말 쉽게 달리고, 근력운동과 회복도 놓치지 않는 방식.

말은 쉬운데 실제로 해보면 꽤 어렵다.

친구가 초보 러닝 페이스를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러닝 처음 시작하는데 몇 분 페이스로 뛰어야 해?"라고 묻는다면 예전처럼 숫자부터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아주 천천히 뛰어보라고 할 것 같다.

그리고 옆 사람과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숨이 너무 차다면 더 느리게 가도 된다.

느리게 뛰어도 계속 힘들다면 걷기를 섞어도 된다.

처음에는 8분 페이스든 그보다 느리든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몇 달 뒤 같은 강도로 달렸을 때 자연스럽게 7분 30초가 되고, 어느 순간 7분이 되는 변화가 오히려 더 재미있다.

나도 첫 하프 이후 기록이 좋아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단순히 1km당 몇 초가 줄었다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어느 정도로 달리면 힘든지, 어떤 날에는 속도를 낮춰야 하는지, 장거리를 앞두고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조금씩 생각하게 된 것.

그게 러닝 경험이 쌓이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느낀다.

초보 러닝 페이스를 검색해서 이 글까지 왔다면 너무 빨리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처음부터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내게 느린 속도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도 러닝 훈련이다.

나 역시 한때는 기록을 보며 더 빨라지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하프를 뛰고 다음 목표를 생각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다르다.

빨리 달리는 능력도 가지고 싶지만, 느리게 오래 달리는 능력도 갖고 싶다.

그리고 풀코스를 생각하면 후자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숙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한 자료

CDC - How to Measure Physical Activity Intensity
https://www.cdc.gov/physical-activity-basics/measuring/index.html

NHS Better Health - Couch to 5K Running Plan
https://www.nhs.uk/better-health/get-active/get-running-with-couch-to-5k/couch-to-5k-running-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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