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시작하면 의외로 쉬는 날이 불안해진다.
어제도 뛰었고 오늘도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쉬어야 하나 싶다. 특히 기록이 조금씩 좋아지는 시기에는 하루라도 빠지면 다시 뒤로 가는 느낌까지 든다.
나도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런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달린 거리가 쌓이는 게 눈에 보이고, 월간 러닝 거리가 늘어나는 재미도 있다. 한동안 한 달 러닝 거리가 200km 안팎까지 올라갔던 적도 있어서 숫자가 쌓이는 재미가 어떤 건지 알고 있다.
그런데 러닝을 오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질수록 오히려 반대쪽이 궁금해졌다.
계속 뛰는 게 정말 가장 빠르게 늘 수 있는 방법일까?
하루를 쉬면 훈련을 빼먹은 게 아니라, 어쩌면 그날까지 훈련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매일 뛰는 사람이 제일 성실한 줄 알았다
운동에서는 이상하게 '매일'이라는 말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매일 5km 달리기, 매일 만 보 걷기, 매일 푸시업 100개.
이런 목표는 단순하고 성취감도 있다.
나 역시 러닝과 함께 푸시업이나 스쿼트 같은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일정한 루틴을 만드는 것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다.
한때는 하루 약 30분 정도 4~5km를 달리고 푸시업과 스쿼트를 각각 100회씩 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하지 않는 날보다 뭔가 하나라도 하는 날이 더 마음이 편했다.
문제는 러닝이었다.
러닝은 단순히 숨이 차는 유산소 운동만은 아니다.
땅을 밟을 때마다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쪽으로 반복적인 충격이 들어간다. 심폐 능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좋아진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다리와 관절 주변이 같은 속도로 적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을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매일 달리는 것이 무조건 성실한 훈련이라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초보자용 러닝 프로그램에는 왜 쉬는 날이 들어갈까
이게 궁금해서 대표적인 초보 러닝 프로그램을 다시 찾아봤다.
영국 NHS의 Couch to 5K 프로그램은 완전한 초보자를 대상으로 9주 동안 러닝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일정을 보면 매일 달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3번 달리고, 각 러닝 사이에는 휴식일을 두도록 안내한다.
NHS는 이 휴식일이 몸에 회복할 시간을 주고 부상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러닝 자체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걸 보고 나니까 생각보다 단순한 부분에서 내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자라면 운동을 더 많이 할수록 빨리 늘 것 같지만,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훈련량은 결국 다음 운동까지 방해할 수 있다.
오늘 5km를 무리해서 뛰었다고 하자.
다음 날 종아리가 너무 뻐근하고 무릎까지 불편해서 이틀, 사흘을 쉬게 된다면 과연 그 5km가 좋은 훈련이었을까.
반대로 조금 여유 있게 달리고 하루를 쉬었다가 다시 달릴 수 있다면 한 달 전체로 보면 오히려 더 많은 러닝을 꾸준히 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차이가 장거리 러닝을 생각하면서 더 크게 느껴졌다.
쉬는 날이라고 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휴식이라고 하면 그냥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러닝을 하면 몸에는 피로가 남는다.
당연히 충분한 수면과 영양 섭취도 필요하고, 다음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도 필요하다.
특히 내가 러닝을 하는 목적은 하루 운동량 하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하프마라톤도 계속 뛰어보고 싶고, 결국에는 풀코스 완주까지 해보고 싶다.
이런 목표를 생각하면 며칠 열심히 뛰는 것보다 몇 달 동안 훈련이 이어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휴식을 '훈련하지 않는 시간'보다 다음 훈련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간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휴식한다고 무조건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컨디션이 괜찮다면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
다만 쉬는 날에도 불안해서 고강도 러닝을 하나 더 넣는 것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러닝을 많이 하다 보니 오히려 쉬운 날이 어려웠다
러닝을 어느 정도 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몸이 익숙해져서 웬만한 거리는 뛸 수 있으니까 매번 조금 더 하고 싶어진다.
5km만 뛰려고 나갔다가 컨디션이 괜찮으면 7km를 뛰고, 10km를 계획했다가 괜찮으면 12km까지 채우기도 쉽다.
페이스도 비슷하다.
천천히 뛰려고 했는데 몸이 풀리면 조금씩 빨라진다.
이전 글에서 존2 러닝 이야기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요즘 모든 러닝을 빠르게 하기보다 편안한 강도의 러닝을 충분히 넣는 쪽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해보면 쉬운 러닝을 정말 쉽게 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다.
휴식도 비슷하다.
몸이 크게 아프지 않으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러닝 앱에서 이번 주 거리가 지난주보다 적으면 괜히 훈련을 덜 한 것 같은 기분이 생긴다.
하지만 월간 거리 하나만 높아지고 계속 몸이 무겁다면 그것 역시 내가 원하는 러닝은 아니다.
풀코스를 생각하니 러닝보다 회복이 더 궁금해졌다
하프마라톤까지는 이미 경험해봤지만 풀코스 42.195km는 나에게 아직 새로운 영역이다.
첫 풀코스에서는 기록 욕심보다 우선 완주를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훈련량을 얼마나 늘릴지보다 늘어난 훈련을 몸이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지가 더 궁금해졌다.
풀코스를 준비한다고 매일 장거리를 뛸 수는 없다.
장거리 러닝을 한 다음 날 또 똑같이 강하게 달린다면 다음 훈련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미국스포츠의학회 ACSM이 제공하는 거리 러닝 관련 자료에서도 피로가 쌓여 달리기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할 경우 잠시 걷거나 쉬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장거리에서도 자신의 지구력을 넘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 부분은 나에게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러닝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오늘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강도를 반복해도 되는 상태인지 판단하는 것일 수 있다.
초보 러닝에서 쉬어야 할 때를 숫자로 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몇 km 뛰면 하루 쉬어야 할까.
이 질문에는 나도 딱 떨어지는 숫자를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운동 경험과 체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5km는 편안한 조깅일 수 있지만 이제 막 러닝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상당한 운동량일 수 있다.
그래서 초보자라면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제 러닝을 하고 오늘 일어났는데 다리가 약간 뻐근한 정도인지, 아니면 걷는 동작 자체가 불편할 정도인지.
평소보다 피로가 많이 쌓여 있는지.
같은 속도로 뛰는데 유난히 힘든 느낌이 드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통증이다.
단순한 운동 후 피로와 특정 부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날카로운 통증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지속적인 통증이나 운동할수록 심해지는 증상이 있다면 억지로 러닝을 이어가기보다 운동을 중단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 전문가에게 확인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건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식으로 접근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쉬는 날이 많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반대쪽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다.
회복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조금만 힘들면 계속 쉬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몸은 운동 자극에 적응하면서 변한다.
CDC에서도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천천히 시작하고 활동 시간과 강도를 점차 늘리는 방식을 권장한다.
결국 운동과 휴식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운동을 해야 몸이 적응하고, 그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절한 회복도 필요하다.
나는 이 균형이 러닝에서 생각보다 어려운 부분이라고 느낀다.
특히 재미가 붙었을 때 더 그렇다.
러닝이 싫을 때는 쉬는 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러닝이 재미있어지고 기록이 좋아지는 시기에 쉬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 장거리 훈련을 늘릴 때는 의욕보다 몸 상태를 같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근력운동까지 같이 하려면 회복을 더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러닝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게 근력이다.
체지방은 줄이고 싶지만 근육량까지 같이 줄이고 싶은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근력은 유지하거나 조금씩 늘리는 쪽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러닝과 함께 푸시업, 스쿼트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문제는 러닝 양이 많아질수록 모든 운동을 매일 강하게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장거리 러닝 다음 날 하체 근력운동을 강하게 하고 다시 고강도 러닝을 한다면 몸 입장에서는 계속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러닝 휴식일만 볼 게 아니라 전체 운동 스케줄을 같이 보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달리지 않았더라도 강한 하체 근력운동을 했다면 다리 입장에서는 완전한 휴식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러닝을 하지 않고 가볍게 걷거나 상체 운동 정도만 한다면 회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운동 습관을 이어갈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나도 앞으로 계속 조절해볼 생각이다.
러닝 기록도 좋아지고 싶고 근력도 유지하고 싶다.
둘 다 가져가려면 결국 많이 하는 것보다 어떻게 배치하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친구가 매일 뛰어도 되냐고 묻는다면
지금 친구가 러닝을 처음 시작하고 "나 매일 5km 뛰려고 하는데 괜찮을까?"라고 물으면 나는 아마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신 먼저 물어볼 것 같다.
지금까지 얼마나 운동했는지.
5km를 어느 정도 강도로 뛰는지.
뛴 다음 날 다리가 어떤지.
그리고 굳이 처음부터 매일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도 물어볼 것 같다.
초보자를 위한 대표적인 러닝 프로그램조차 주 3회와 중간 휴식을 기준으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뛰는 것을 목표로 세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처음에는 오히려 월요일 달리고 화요일 쉬고, 수요일 다시 뛰는 방식이 더 편할 수도 있다.
쉬는 날이 생기면 러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다음 러닝을 준비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마음도 조금 편해진다.
요즘은 하루 쉬었다고 러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운동을 하루 건너뛰면 괜히 계획이 깨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러닝을 계속하다 보니 하루의 운동보다 몇 달 동안 이어지는 흐름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번 주에 하루 더 뛰는 것보다 다음 달에도 아프지 않고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나는 앞으로 하프마라톤뿐 아니라 풀코스까지 경험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다.
그러려면 한 번 많이 뛰는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내가 생각하는 러닝에서의 성실함은 조금 달라졌다.
매일 운동화를 신는 것이 성실한 것만은 아니다.
달려야 할 날 제대로 달리고, 천천히 뛰어야 할 날 속도를 낮추고, 쉬어야 할 때 불안해하지 않고 쉬는 것.
이것도 꽤 어려운 훈련이다.
러닝을 오래 하고 싶다면 쉬는 날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훈련 계획이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 역시 아직 얼마나 뛰고 얼마나 쉬는 것이 내 몸에 가장 잘 맞는지 찾아가는 중이다.
다만 한 가지는 예전보다 분명해졌다.
하루 쉬었다고 체력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쉬고 다시 달렸을 때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아마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러닝에서 휴식을 보는 내 생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참고한 자료
NHS Better Health - Couch to 5K Running Plan
https://www.nhs.uk/better-health/get-active/get-running-with-couch-to-5k/couch-to-5k-running-plan/
CDC - Steps for Getting Started With Physical Activity
https://www.cdc.gov/healthy-weight-growth/physical-activity/getting-starte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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