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효과는 역시 체중 감량이다.
나도 러닝을 건강과 체지방 관리 관점에서 많이 생각했다.
얼마나 뛰면 칼로리를 많이 쓰는지, 체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근손실은 없을지 같은 게 자연스럽게 궁금했다.
특히 나는 체중을 줄이더라도 근육까지 같이 빠지는 방식은 원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지방은 줄이고, 근력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조금씩 좋아졌으면 했다.
그래서 러닝만 하는 게 아니라 푸시업이나 스쿼트 같은 근력운동도 같이 해왔다.
그런데 계속 달리다 보니 조금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다.
러닝을 하는 이유를 체중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어떤 날은 체중계 숫자와 상관없이 그냥 뛰고 싶었다.
하루 종일 머리가 복잡했던 날에는 밖에 나가 천천히 달리고 돌아오는 것만으로 기분이 달라지는 느낌도 있었다.
처음에는 러닝을 몸을 바꾸는 운동으로 봤는데, 지금은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에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에는 얼마나 살이 빠질지가 제일 궁금했다
러닝과 다이어트를 검색하면 대부분 칼로리 이야기부터 나온다.
몇 km를 달리면 몇 kcal가 소모되는지, 일주일에 몇 번 뛰어야 살이 빠지는지 같은 내용이다.
나도 이런 숫자가 궁금했다.
러닝은 운동 중에서도 에너지 소비가 큰 편이니까 체지방을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CDC에서도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체중 관리와 전반적인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체중 감량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운동량이 늘어나도 먹는 양이 같이 늘 수 있고, 수분 변화 때문에 며칠 사이 체중이 오르내릴 수도 있다.
근력운동을 같이 한다면 체성분 변화와 체중 숫자가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점점 체중 하나만 보고 러닝 효과를 판단하는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러닝을 했는데 체중이 그대로면 운동을 못한 걸까
이 질문은 초보자라면 한 번쯤 하게 되는 것 같다.
분명 꾸준히 달렸는데 체중계 숫자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의심하게 된다.
"내가 러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
그런데 CDC가 정리한 신체활동의 건강 효과를 보면 체중 감량 외에도 꽤 많은 내용이 나온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심혈관 건강, 수면, 뇌 건강, 일상 기능 등 여러 영역과 관련이 있다.
또 성인은 중강도에서 고강도 수준의 신체활동을 조금이라도 하면 일부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자료를 보면서 나는 운동의 성적표를 체중계 하나로 정하는 게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체중이 한 달 동안 거의 그대로라고 해도 이전보다 5km가 편해졌을 수 있다.
같은 계단을 올라가도 숨이 덜 찰 수 있다.
아침에 몸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고, 예전보다 운동 자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체중계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체지방보다 근력까지 같이 보려는 이유
나는 러닝을 하면서도 근손실에 대한 걱정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체중이 줄었다고 좋아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근육이라면 내가 원하는 변화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하루 30분 정도 4~5km를 달리면서 푸시업과 스쿼트를 각각 100회 정도 병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도 생각은 비슷하다.
러닝 기록도 좋아졌으면 좋겠고 체지방도 줄었으면 좋겠지만, 가능하면 근력도 가져가고 싶다.
이 방향은 일반적인 신체활동 권장 기준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미국 보건당국의 성인 신체활동 지침에서는 유산소 운동만 강조하지 않고 주요 근육군을 사용하는 근력운동도 함께 권장한다.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활동 또는 이에 상응하는 고강도 활동과 함께 근력운동을 주 2일 이상 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걸 보면 건강을 위해 러닝을 한다고 해서 러닝 하나만 많이 하는 게 유일한 답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러닝과 근력을 같이 가져가는 방식이 내 목표에는 더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체중보다 러닝 자체가 재미있어졌다
러닝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록이 생긴다.
처음에는 1km가 길게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5km를 뛰고, 그다음에는 10km를 생각한다.
나 역시 하프마라톤을 경험했고 기록이 점점 좋아지는 과정도 겪었다.
첫 하프에서는 2시간 14분 정도가 걸렸고 이후에는 서브2도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러닝을 하는 이유가 체중 관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게 됐다.
기록이 조금씩 좋아지는 재미도 있었고, 장거리를 완주했을 때 오는 성취감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 목표가 생겼다.
하프를 더 뛰어보고 싶고, 언젠가는 풀코스도 완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다이어트만 목적인 운동이었다면 굳이 42.195km를 생각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러닝이 내게 조금 다른 운동이 됐다고 느꼈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 달리고 싶어지는 이유도 궁금했다
러닝을 하면서 내가 의외라고 느낀 부분 중 하나가 있다.
몸이 아주 가벼운 날만 달리고 싶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일이 많았거나 머릿속이 복잡했던 날에 밖에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게 단순한 기분 탓인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다.
CDC는 신체활동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일부 효과는 한 번의 중강도 또는 고강도 활동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예를 들어 성인에서 단기적인 불안감 감소나 수면과 관련한 이점 등이 언급된다.
NHS도 신체활동이 정신적 웰빙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러닝을 스트레스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의 한 예로 제시한다.
이걸 보고 나니 내가 왜 복잡한 날에 러닝을 하고 싶어지는지 조금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러닝이 모든 스트레스를 해결해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단순히 "뛰면 낫는다"라고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다만 일반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하루에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내 기분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정도는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달리는 동안 생각을 안 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정리가 될 때가 있다
러닝을 할 때 특별히 고민을 해결하려고 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페이스나 호흡, 발걸음에 신경을 쓰다 보면 머릿속에 있던 일이 잠시 뒤로 밀려난다.
오늘 해야 할 일이나 걱정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달리는 동안에는 조금 떨어져서 볼 수 있는 느낌이 있다.
특히 편안한 페이스로 오래 달리는 날에는 이런 느낌이 더 잘 든다.
그래서 요즘 내가 존2 러닝 같은 편안한 강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단순히 지구력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너무 힘든 러닝에서는 버티느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반대로 숨이 너무 차지 않는 속도로 달리면 운동하면서도 머리를 조금 비울 수 있다.
나는 이 시간이 생각보다 좋았다.
러닝 기록이 안 좋아도 기분은 좋아질 수 있었다
예전에는 운동 결과를 기록으로 많이 평가했다.
평균 페이스가 빨라지면 잘한 운동이고 느리면 조금 아쉽게 느꼈다.
그런데 계속 뛰다 보니 기록과 만족감이 항상 같은 방향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평소보다 훨씬 느리게 달렸는데 이상하게 기분은 더 좋았다.
날씨가 괜찮았거나, 몸에 부담 없이 달렸거나, 그냥 밖에 나와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던 날이다.
반대로 기록은 잘 나왔는데 너무 힘들어서 다음날까지 몸이 무거운 날도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운동을 평가하는 기준이 조금 많아졌다.
페이스.
거리.
심박수.
몸 상태.
기분.
다음날 회복.
이걸 한꺼번에 놓고 보게 됐다.
나는 오히려 이쪽이 러닝을 오래 하는 데 더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느낀다.
다이어트만 목표로 하면 러닝이 숙제가 되기 쉬웠다
체중을 목표로 운동하면 장점도 있다.
목표가 명확하다.
몇 kg 감량이라는 숫자를 정할 수 있고 변화도 확인하기 쉽다.
하지만 반대쪽 문제가 있다.
체중이 생각만큼 안 빠지는 순간 운동의 의미까지 같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 열심히 뛰었는데 체중이 그대로면 허무하다.
"이렇게 힘들게 뛰었는데 왜 안 빠지지?"
그러다 보면 운동을 그만두기도 쉽다.
나는 그래서 체중 감량을 러닝의 여러 목표 중 하나로 보는 편이 마음이 더 편하다.
체지방이 줄면 좋다.
기록이 좋아져도 좋다.
오늘 30분 뛰고 기분이 조금 나아져도 좋다.
이런 식으로 성공 기준을 여러 개 만들어두면 한 숫자가 잘 안 움직여도 운동을 계속할 이유가 남는다.
그렇다고 러닝의 건강 효과를 너무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
러닝 이야기를 찾아보다 보면 가끔 운동 하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처럼 표현하는 글도 보인다.
나는 이런 방식은 조금 경계하는 편이다.
러닝은 분명 좋은 신체활동이다.
하지만 많이 뛴다고 무조건 더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수면이나 식사, 회복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통증이 있는데도 달리거나 체중 감량에 집착해서 지나치게 운동량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향은 아닐 수 있다.
정신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신체활동이 정신적 웰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고 해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을 운동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이런 선은 분명히 해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러닝은 건강을 만드는 여러 요소 중 꽤 좋은 하나이지 모든 문제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요즘은 러닝을 체중계 밖에서도 보려고 한다
최근에는 운동을 하고 체중을 확인할 때도 예전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한다.
숫자가 내려가면 당연히 반갑다.
하지만 체중이 그대로라고 해서 그날의 러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심장은 분명 운동했고 다리는 반복적으로 움직였다.
한 달 전보다 지구력이 좋아졌을 수도 있다.
달린 뒤 스트레스가 줄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그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 변화도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CDC가 현재 안내하는 신체활동 자료에서도 성인은 권장 운동량을 모두 채우기 전부터 일부 건강 이점을 얻을 수 있으며,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내용을 보면 러닝도 완벽하게 해야 효과가 생기는 운동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친구가 살이 안 빠져서 러닝을 그만둔다고 하면
친구가 한두 달 러닝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봤다.
"생각보다 살이 별로 안 빠져. 그냥 그만둘까?"
예전이라면 운동량을 더 늘려보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
지금이라면 조금 다른 질문을 할 것 같다.
러닝 시작하기 전보다 5km가 편해졌는지.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차는지.
잠은 어떤지.
몸을 움직이는 게 예전보다 덜 귀찮아졌는지.
그리고 러닝 자체가 재미없는지도 물어볼 것 같다.
만약 체중만 그대로이고 나머지는 좋아지고 있다면 운동이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체중 감량이 중요한 목표라면 식사량과 전체 생활습관도 같이 봐야 한다.
러닝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계속 달리고 싶은 이유는 처음과 조금 달라졌다
러닝을 시작했을 때는 건강과 체지방 관리가 꽤 큰 이유였다.
지금도 그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체지방은 줄이고 싶고 근력은 가능하면 유지하거나 늘리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에 다른 이유들이 붙었다.
기록이 좋아지는 재미.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는 성취감.
언젠가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머리가 복잡할 때 잠깐 밖에 나가 달리고 돌아오는 시간.
이런 것들이 같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러닝을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체중계 숫자가 움직이지 않는 날에도 내가 달릴 이유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이유가 생기고 나서 러닝을 더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가 끝나면 운동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생활 안에 달리는 시간이 하나 남는 것.
지금 내가 러닝에서 가장 만들고 싶은 변화는 어쩌면 그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참고한 자료
CDC - Health Benefits of Physical Activity for Adults
https://www.cdc.gov/physical-activity-basics/health-benefits/adults.html
NHS - Be active for your mental health
https://www.nhs.uk/every-mind-matters/mental-wellbeing-tips/be-active-for-your-mental-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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