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에 관심이 생기면 이상하게 신발부터 보게 된다.
나도 그랬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러닝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검색을 시작하니 더 복잡해졌다.
쿠션화, 안정화, 데일리 트레이너, 카본화, 슈퍼트레이너.
처음에는 그냥 편한 운동화 하나 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조금만 찾아봐도 종류가 끝이 없다.
가격도 만만하지 않다. 10만 원대는 기본이고 20만 원이 넘어가는 제품도 흔하다. 기록용 신발까지 보기 시작하면 더 비싸진다.
그러다 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좋은 러닝화를 사면 내가 좀 더 잘 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러닝화는 중요하다. 나도 러닝을 계속하면서 여러 종류의 신발에 관심이 생겼고, 장거리나 기록을 생각하면 신발 특성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런데 초보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순서가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신발을 먼저 고르는 것보다 내 발에 맞는지, 신고 뛰었을 때 편한지, 그리고 내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달리고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러닝화를 검색하면 왜 자꾸 더 비싼 신발이 눈에 들어올까
처음에는 정말 단순했다.
"러닝할 때 신을 운동화 하나 사야겠다."
그런데 검색을 하면 바로 비교가 시작된다.
어떤 제품은 쿠션이 좋다고 하고, 어떤 제품은 반발력이 좋다고 한다. 또 어떤 신발은 안정성이 좋고, 어떤 신발은 무게가 가볍다고 한다.
여기에 유명 마라토너가 신는 신발이나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간 제품까지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가격이 비싸니까 당연히 더 좋은 신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기록에 관심이 생기면서 이런 신발들이 궁금해졌다.
특히 하프마라톤을 몇 번 뛰고 기록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다 보면 신발이나 장비가 기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궁금해지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러닝화의 성능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너무 빠르게 뛰고 있지는 않은지.
처음부터 거리를 과하게 늘리고 있지는 않은지.
달리고 난 뒤 반복적으로 특정 부위가 아픈지.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러닝화만 바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까.
자료를 찾아보면서 나는 이 부분이 제일 궁금했다.
좋은 러닝화 하나면 부상을 막을 수 있을까
러닝화를 고를 때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부상 방지를 위해 좋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족부의학협회 APMA에서도 건강하게 달리기 위한 기본 요소 중 하나로 적절한 러닝화를 이야기한다. 발 형태와 지지력, 쿠션 등을 고려해 신발을 선택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반대로 해석해서 비싼 신발을 사면 부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애매해진다.
러닝 부상에는 신발 하나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훈련량, 달리는 속도, 회복 상태, 이전 운동 경험, 근력, 러닝 자세 등 여러 요소가 같이 작용한다.
ACSM에서도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반복된 일부 운동 관련 믿음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실제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러닝화를 단순히 발의 아치나 외형적인 러닝 형태 하나로만 골라야 한다는 식의 접근 역시 맥락에 따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걸 보고 나니 신발을 보는 내 기준도 조금 달라졌다.
러닝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러닝화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에 더 가깝다.
예를 들어 초보자가 일주일 동안 5km를 뛰다가 갑자기 15km, 20km까지 늘렸다고 가정해보자.
신발을 아무리 좋은 걸 신어도 몸이 갑자기 증가한 러닝 충격을 완벽하게 받아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대로 엄청 비싼 신발이 아니더라도 발이 편하고 자신의 러닝 수준에 맞게 천천히 거리를 늘린다면 훨씬 오래 달릴 수도 있다.
내가 초보 러닝화에서 가장 먼저 볼 건 편안함이다
러닝화를 고르는 기준은 정말 다양하다.
발의 아치도 보고, 발볼도 보고, 쿠션도 보고, 드롭도 본다.
드롭은 처음 들으면 어려운 단어인데 쉽게 말하면 신발 뒤꿈치 부분과 앞꿈치 부분 높이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러닝 초보자라면 이런 용어를 모두 공부한 뒤 신발을 사야 할까.
나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처음에는 실제로 신었을 때 편한지를 먼저 보는 게 현실적이다.
발가락이 앞쪽에 너무 닿지 않는지.
발볼을 옆에서 지나치게 누르지는 않는지.
뒤꿈치가 계속 들뜨지는 않는지.
조금 걸어보고 뛰어봤을 때 특정 부위가 불편하지 않은지.
이런 기본적인 느낌부터 보는 것이다.
RunningPhysio에서도 초보 러너의 러닝화 선택에서 편안함을 중요한 요소로 이야기한다. 특정 신발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정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러닝을 하면서 꽤 공감하게 됐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평가가 좋은 러닝화라도 내 발이 불편하면 결국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반대로 엄청 화려한 기술이 들어간 신발이 아니더라도 신고 나갔을 때 발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 신발은 자주 신게 된다.
러닝화는 결국 진열장에서 보는 물건이 아니라 계속 신고 달려야 하는 장비다.
쿠션이 많으면 무조건 초보자에게 좋은 걸까
나도 처음에는 쿠션이 많으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다.
충격을 많이 흡수해주니까 당연히 무릎에도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러닝화 시장에서도 두꺼운 미드솔과 높은 쿠션을 강조하는 제품이 많다.
그리고 장거리 러닝에서는 편안한 쿠션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나는 "무조건"이라는 말은 조금 조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쿠션이 많은 신발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금 더 단단하고 바닥 느낌이 나는 신발을 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발 형태나 러닝 스타일도 다르다.
그래서 초보자에게 특정 쿠션 수치나 특정 브랜드 하나를 정답처럼 추천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신발을 신고 러닝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느냐이다.
착지할 때 불안정하지 않은지.
발목이 지나치게 흔들리는 느낌은 없는지.
달리고 나서 특정 부위가 계속 불편하지 않은지.
이런 걸 확인하면서 내게 맞는 범위를 찾아가는 편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카본화를 보면 나도 한 번쯤 사고 싶어진다
러닝을 조금만 하다 보면 카본화 이야기를 피하기 어렵다.
요즘 대회에 가면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간 레이싱화를 신은 사람들을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기록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이런 신발에 관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프마라톤에서 2시간 14분 정도의 첫 기록을 내고 이후 서브2까지 달성하면 다음 기록도 궁금해진다.
조금 더 가벼운 신발을 신으면 어떨까.
카본화로 바꾸면 기록이 얼마나 달라질까.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런데 초보자에게 카본화부터 권하고 싶지는 않다.
카본화가 나쁜 신발이라서가 아니다.
아직 꾸준히 달리는 습관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가장 비싼 기록용 장비부터 구매하는 게 정말 필요한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닝을 한두 달 하다가 그만둘 수도 있다.
5km만 편하게 뛰고 싶은 사람에게 레이싱화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나 같으면 먼저 평소 훈련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데일리 러닝화를 고른 뒤 러닝을 계속하게 되었을 때 다음 장비를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대회 기록에 관심이 커지면 그때 카본화를 알아봐도 늦지 않다.
비싼 러닝화보다 내 러닝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 이유
러닝을 계속하면서 나는 기록이 결국 한 가지 요소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신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훈련량, 페이스, 수면, 체중, 근력, 회복 상태도 같이 영향을 준다.
나 역시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력은 가능하면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러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푸시업이나 스쿼트 같은 근력운동도 같이 가져가려고 한다.
그리고 요즘은 존2 러닝처럼 편안한 강도로 달리는 훈련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걸 하나씩 생각하다 보면 20만 원짜리 러닝화를 30만 원짜리 러닝화로 바꾸는 문제보다 훨씬 큰 것들이 보인다.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계속 강하게 달리는 습관.
기록 욕심 때문에 쉬운 날에도 빠르게 뛰는 습관.
월간 거리를 채우려고 몸이 좋지 않은 날에도 억지로 뛰는 습관.
이런 부분을 그대로 두면서 신발만 바꾸면 얼마나 달라질까.
내 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까 이 부분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장비를 바꾸는 건 쉽지만 운동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는 장비 쪽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러닝화 수명도 딱 몇 km라고 정하기는 애매했다
러닝화를 사고 나면 또 궁금한 것이 생긴다.
"이 신발은 언제 바꿔야 하지?"
인터넷에는 몇백 km를 기준으로 러닝화를 교체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숫자도 절대적인 정답이라기보다는 참고 기준 정도로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러너의 체중도 다르고 달리는 표면도 다르다.
착지 방식도 다르고 한 켤레만 계속 신는 사람과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는 사람도 다르다.
그래서 단순히 러닝 앱에 500km가 찍혔다고 멀쩡한 신발을 바로 버려야 하는지는 조금 애매하다.
나는 거리와 함께 신발 상태도 같이 볼 것 같다.
밑창이 한쪽만 심하게 닳았는지.
미드솔이 처음보다 지나치게 눌려 있는지.
예전에는 편했던 신발인데 최근에는 같은 러닝에서도 발이나 다리가 유난히 피곤한지.
이런 변화가 같이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다.
러닝을 오래 하다 보면 신발도 결국 소모품이라는 걸 체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교체 주기에 너무 집착해 멀쩡한 신발을 버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초보자가 신발보다 먼저 확인했으면 하는 것
지금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친구가 나에게 "러닝화부터 사야 해?"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운동화가 달릴 때 불편하지 않고 상태가 괜찮다면 우선 아주 짧게 러닝을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그리고 러닝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제대로 된 러닝화 한 켤레를 알아보는 것이다.
구매할 때는 인터넷 인기 순위만 보고 바로 주문하기보다 가능하면 직접 신어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발볼과 길이를 확인하고 실제로 조금 걸어보고 가능하다면 가볍게 뛰어보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초보자 러닝화 1위"라는 문구만 보고 내 발과 맞지 않는 제품을 사는 건 피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인생 러닝화인 제품도 내게는 불편할 수 있다.
반대로 유명하지 않은 제품인데 이상하게 내 발에는 잘 맞을 수도 있다.
러닝을 하면서 이런 부분이 재미있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모두에게 맞는 정답이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개인차가 크다.
요즘 내가 러닝화를 보는 기준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러닝화를 보면 스펙부터 봤다.
얼마나 가벼운지, 어떤 새로운 폼이 들어갔는지, 카본 플레이트가 있는지 같은 부분이다.
지금도 이런 기술을 보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 돈을 쓰는 상황에서는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내가 이 신발을 어떤 러닝에 사용할 것인지.
편안한 조깅용인지, 장거리용인지, 대회용인지.
그리고 실제로 발이 편한지.
이걸 먼저 생각하게 된다.
특히 초보자라면 나는 한 가지를 더 중요하게 볼 것 같다.
이 신발이 러닝을 더 자주 나가고 싶게 만들어주는가.
신었을 때 편하고 부담 없어서 자연스럽게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꽤 좋은 러닝화라고 생각한다.
꼭 가장 비싸거나 가장 빠른 신발일 필요는 없다.
좋은 러닝화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러닝을 오래 하다 보니 신발보다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 몸에 맞는 속도로 뛰는 습관.
욕심내서 거리를 급하게 늘리지 않는 습관.
아플 때 신발 탓만 하지 않고 운동량과 회복 상태도 같이 돌아보는 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운동화를 신고 나갈 수 있는 꾸준함.
러닝화를 알아보다가 결국 신발 이야기보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아마 초보자인 내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장비는 비싼 러닝화보다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참고한 자료
American Podiatric Medical Association - Which Running Shoe is Right for You?
https://www.apma.org/patients-and-the-public/tips-for-healthy-feet/which-running-shoe-is-right-for-you/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 Advancing Evidence-based Sport Science
https://www.acsm.org/advancing-evidence-based-sport-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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