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를 쉬지 않고 뛰는 게 목표였는데 걷는 걸 실패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러닝을 처음 시작하면 이상하게 걷는 순간이 조금 민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운동하러 나온 건데 몇 분 뛰다가 걷기 시작하면 내가 러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앞에서 누군가 계속 뛰고 있거나 러닝 앱에 기록을 남기고 있을 때는 더 그렇다.

"그래도 3km 정도는 안 쉬고 뛰어야 러닝했다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나도 예전에는 이런 기준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달리기는 말 그대로 달리는 운동이니까 중간에 걷는 순간 실패한 것처럼 생각하기 쉬웠다.

그런데 러닝을 계속하고 초보자용 훈련 자료도 찾아보다 보니 오히려 생각이 반대로 바뀌었다.

러닝 초보자에게 걷기는 달리기를 포기한 시간이 아니라 달리기를 더 오래 이어가기 위한 방법일 수 있었다.

특히 처음부터 3km나 5km를 쉬지 않고 뛰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면 이 이야기를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왜 나는 걷는 순간 운동을 실패했다고 생각했을까

생각해보면 걷기 자체를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빠르게 걷는 것도 충분히 힘들고 오래 걸으면 땀도 난다.

그런데 유독 러닝을 할 때만 걷는 것에 거부감이 생긴다.

아마 달리기를 거리와 기록으로 보는 습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5km를 쉬지 않고 달렸다.

10km를 1시간 안에 뛰었다.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이런 기록들은 눈에 잘 보인다.

반대로 3분 뛰고 2분 걷기를 반복했다는 기록은 뭔가 애매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몸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러닝을 처음 시작한 사람에게는 몇 분 동안 달리는 것 자체가 새로운 자극이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호흡이 빨라지며 발목, 종아리, 허벅지에도 평소 걷기와 다른 부담이 들어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에 잠시 걷는 것은 운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강도를 낮추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는 이 관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걷는다는 행동은 똑같은데 실패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훈련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 러닝 프로그램부터 걷기를 섞고 있었다

이게 정말 괜찮은 방법인지 궁금해서 대표적인 초보 러닝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영국 NHS가 운영하는 Couch to 5K 프로그램은 아예 러닝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첫 주부터 5km를 뛰게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5분 정도 걸어서 몸을 풀고, 1분 달리기와 1분 30초 걷기를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몇 주에 걸쳐 달리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

NHS는 이 프로그램을 9주 동안 주 3회 진행하도록 구성하고 있고, 각 러닝 사이에는 휴식일도 둔다. 프로그램 자체가 처음부터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 몸이 러닝에 적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셈이다.

이걸 보고 조금 의외였다.

인터넷에서는 초보자라고 해도 3km나 5km 기록부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초보자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에서는 시간을 기준으로 걷고 달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특히 NHS에서 강조하는 문장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초반에는 속도보다 시간을 보고 자신에게 편안한 페이스로 진행하라는 내용이다.

이 부분을 알고 나니까 걷는 순간을 보는 내 기준도 달라졌다.

3km를 억지로 뛰는 것과 30분을 편하게 움직이는 것

설명을 위해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 사람은 3km를 무조건 쉬지 않고 뛰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1km는 괜찮았지만 점점 숨이 차고, 마지막에는 자세도 무너지고 거의 버티는 느낌으로 3km를 채웠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너무 힘들어서 다음 러닝이 부담스럽다.

다른 사람은 30분 동안 3분 달리기와 2분 걷기를 반복했다고 해보자.

중간에 여러 번 걸었지만 전체 운동 시간은 비슷하게 가져갔고, 마지막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남았다.

다음 날 큰 부담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며칠 뒤 다시 러닝을 할 수 있었다.

둘 중 어느 쪽이 무조건 더 좋은 훈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완전한 초보자라면 나는 두 번째 방식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특히 러닝을 오래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면 더 그렇다.

오늘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몸이 러닝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도 러닝을 계속하면서 거리만 보는 습관이 조금 바뀌었다

러닝을 오래 하면 거리를 안 볼 수는 없다.

나 역시 월간 러닝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하프마라톤 기록이나 평균 페이스도 관심 있게 보는 편이다.

첫 하프에서는 21km 정도를 2시간 14분에 달렸고 이후에는 서브2까지 경험했다.

기록이 좋아지는 과정은 분명 재미있다.

그래서 초보자에게 기록을 아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거리가 늘고 장거리 러닝에 관심이 생길수록 오히려 모든 러닝을 끝까지 버티는 방식으로 할 수 없다는 생각도 강해졌다.

앞으로 풀코스까지 생각하면 더 그렇다.

42.195km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매번 달리러 나갈 때마다 한계를 시험할 수는 없다.

때로는 천천히 뛰고, 때로는 걷고, 필요하면 쉬어야 다음 훈련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초보자가 중간에 걷는 걸 실패라고 생각했던 기준 자체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잘 뛰는 사람에게도 회복이 필요하다면 이제 막 러닝을 시작한 사람에게 걷는 시간이 있는 것은 훨씬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걷기를 섞으면 오히려 페이스 욕심도 줄어든다

러닝 초보자에게 또 하나 어려운 것이 페이스다.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처음에는 자신도 모르게 너무 빨리 달리는 경우가 많다.

7분 페이스가 느려 보인다고 6분대로 뛰고, 숨이 차도 조금만 더 버텨보려고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걷기를 계획에 넣으면 이런 부담이 조금 줄어든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오늘은 3분 뛰고 2분 걷기를 여섯 번 한다"고 정했다고 해보자.

걷는 순간이 계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실패라는 느낌이 덜하다.

오히려 달리는 3분 동안 너무 무리하지 않고 다음 반복까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식이면 러닝을 처음 시작할 때 흔히 하는 '초반 오버페이스'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나도 요즘 존2 러닝처럼 편안한 강도의 러닝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비슷하다.

예전에는 달리러 나갔으면 어느 정도 힘들어야 운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장거리와 꾸준한 러닝을 생각하면서 이제는 힘들게 달리는 능력만큼 힘을 빼고 달리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고 러닝 중 조금만 힘들면 무조건 걸어야 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반대쪽 이야기도 필요하다.

걷기가 괜찮다는 말이 조금 힘들기만 하면 바로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러닝을 계속하면 어느 정도 힘든 느낌에 적응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처음에는 3분이 길었는데 몇 주 뒤에는 5분이 편해질 수 있고, 어느 순간 10분이나 2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된다.

NHS Couch to 5K도 바로 이런 방식이다.

처음에는 걷기 비중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리는 구간을 점점 늘린다. 최종적으로는 30분 연속 러닝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그러니까 걷기의 목적은 계속 걷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러닝 시간을 조금씩 늘리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나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걷는 것과 통증을 참고 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초보 러닝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숨이 차서 잠시 걷는 것과 통증이 있는데 억지로 달리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러닝을 시작하면 종아리나 허벅지가 평소보다 뻐근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부위에 날카로운 통증이 생기거나 달릴수록 통증이 계속 심해진다면 단순히 정신력으로 버텨야 할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CSM이 정리한 건강한 러닝 관련 근거 자료에서도 러닝 부상은 여러 생체역학적 요소와 반복적인 부하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러닝을 오래 하려면 단순히 끝까지 버티는 것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같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러닝을 중단하고 충분히 쉬거나, 통증이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의료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나는 러닝에서 이 부분만큼은 기록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앱에 3km 완주 기록 하나를 남기려고 통증을 참는 건 내가 원하는 러닝과도 맞지 않는다.

처음 러닝을 시작한다면 나는 거리보다 시간을 정할 것 같다

지금 완전 처음으로 돌아가서 러닝을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봤다.

예전 같으면 "일단 3km를 뛰어보자"라고 목표를 잡았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오늘은 30분 동안 밖에서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이다.

처음 5분은 걷고, 2~3분 정도 천천히 달리고, 숨이 많이 차면 다시 걷는다.

조금 회복되면 다시 달린다.

중요한 건 달린 거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30분 동안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걷기와 러닝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는 달리는 시간을 조금 늘려본다.

3분이 편해졌다면 4분이나 5분으로 늘려보는 식이다.

이 방식이면 앱에 찍힌 숫자는 조금 덜 화려할지 몰라도 몸이 달리기에 적응하는 과정을 훨씬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초보자의 첫 목표가 꼭 5km 완주일 필요도 없었다

러닝에서는 5km가 굉장히 상징적인 거리다.

입문자가 처음 잡는 목표도 5km인 경우가 많다.

NHS 프로그램 이름부터 Couch to 5K다.

그래서 처음 달리기 시작하면 빨리 5km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생긴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조차 9주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정으로 보지는 않는다.

NHS는 사람에 따라 9주보다 더 오래 걸려도 되고 자신의 속도에 맞게 진행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이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는 몇 주 만에 5km를 편하게 뛸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그 차이를 실패와 성공으로 나눌 이유는 없다.

운동 경험도 다르고 체중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다.

무엇보다 러닝을 시작한 이유 자체가 다르다.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건강을 위해 30분 정도 뛰고 싶은 사람도 있다.

나는 러닝을 하면서 이런 개인차를 점점 더 중요하게 보게 됐다.

러닝과 걷기를 같이 보면 운동을 오래 이어가기 쉬워진다

내가 런-워크 방식에서 가장 좋다고 느끼는 부분은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오늘 무조건 5km 뛰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몸이 조금 무거운 날에는 운동화를 신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반대로 "오늘 30분 나가서 천천히 뛰다가 힘들면 조금 걷자"고 생각하면 시작하기가 훨씬 쉽다.

러닝은 결국 밖으로 나가야 시작된다.

완벽한 훈련 계획도 운동화를 신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초보자에게는 최고의 훈련보다 계속할 수 있는 훈련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나 역시 러닝을 계속하면서 점점 크게 느끼는 부분이다.

하프마라톤 기록이 좋아지는 것도 재미있고 앞으로 풀코스도 도전해보고 싶다.

하지만 이런 목표도 결국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릴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걷는 몇 분 정도는 별것 아닌 일이 됐다.

친구가 뛰다가 걸었다고 실패했다고 말한다면

친구가 처음 러닝을 시작하고 와서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

"오늘 3km 뛰려고 했는데 1km 뛰고 걸었어. 역시 나는 달리기랑 안 맞나 봐."

예전이라면 조금 더 참고 뛰어보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면 아마 다른 이야기를 할 것 같다.

1km를 뛰고 걸었다면 다시 숨이 괜찮아졌을 때 조금 더 뛰어보라고.

다음번에는 처음부터 속도를 낮춰보라고.

그리고 걷는 시간을 아예 훈련 계획에 넣어도 된다고 말할 것 같다.

오늘 3km를 억지로 채우는 것보다 다음 주에도 다시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러닝을 시작하고 보니 달리기는 생각보다 참 이상한 운동이다.

빠르게 뛰고 싶은데 일부러 천천히 뛰는 연습도 해야 하고, 많이 뛰고 싶은데 쉬는 날도 필요하다.

그리고 계속 뛰고 싶은데 때로는 걷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오히려 이게 러닝을 오래 하는 방법에 가까운 것 아닐까 생각한다.

중간에 걸었다고 오늘 러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30분 동안 걷고 달리기를 반복했고 다음에도 다시 달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3km를 한 번도 걷지 않고 뛰는 날은 그다음에 와도 늦지 않다.


참고한 자료

NHS Better Health - Couch to 5K Running Plan
https://www.nhs.uk/better-health/get-active/get-running-with-couch-to-5k/couch-to-5k-running-plan/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 Considerations for Healthy Running Habits
https://www.acsm.org/wp-content/uploads/2025/02/considerations-for-healthy-running-habits-supporting-literature-Download.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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